현대제철 노조의 게릴라 파업으로 철강 공급 부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의 게릴라 파업으로 철강 공급 부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철강 뉴스를 검색해보면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로 철강 공급 차질과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제철의 파업과 그에 따른 영향이다. 포항제철소의 침수 여파가 크다보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포항공장의 침수와 피해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당수 언론들이 현대제철의 파업 장기화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철강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해 철 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언론사도 눈에 띈다.

철강 전문 신문인 스틸데일리도 포항제철소 침수와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에 큰 우려를 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침수가 재난이라면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은 갈등이어서 우려되는 바가 더 크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5월 초부터 안동일 사장의 집무실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왔다. 노조는 기본급 16만 5,200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에서 지급받은 특별 격려금 400만 원을 현대제철에도 적용해 달라고 하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이 났으니 노조원의 공로를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기본급 7만 5,000원 인상을 제시했고, 400만 원 특별 상여금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770만 원을 지급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즉 회사측은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노사 협상이 늘 그렇듯 양측의 입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설득력과 명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양측의 입장에 잘잘못을 지적하고 싶지 않다. 이는 사내 문제이고, 노사가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 우선인가 하는 것이다.

본지가 9월 중 만난 많은 철강사들은 포스코를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토페도카를 포항제철소로 보냈고 하공정 복구 전까지 상공정 제품인 슬래브를 최대한 구매해 주는 것을 협의 중인 것 같다. 동국제강이나 세아창원특수강 등도 포스코의 복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부는 침수 코일을 인수해 닦고 말려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모든 철강사들이 포스코의 침수 피해 극복에 협조하는 것은 포스코의 조기 복구와 함께 공급 차질로 철강 고객들이 고통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이미 철강 고객들은 현대제철로 주문을 늘린 것 외에 일본과 중국산 철강재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경쟁사 구매 담당을 만나 머쓱했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그만큼 철강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연과 후판 가격은 침수 전 90만 원대에서 이번 주에는 120만 원대로 30만 원 가까이 올랐다. 공급 부족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정부도 포항제철소 침수로 시장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해 폭리나 매점매석에 주의를 집중하고, 수급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본지도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호응해 애로사항 청취 베너 게시하고 의견 수렴에 협조하고 있다.

혹자는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 효과가 크고,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포항제철소 침수로 현대제철에 주문이 몰리고, 시중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 파업이 발발하자 사측이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번 파업이 일상적인 기간에 일어났다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철강인들의 노력이다. 포스코맨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수주째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고, 마케팅 조직은 전 고객사의 재고를 전수 조사하고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게 조율하고 있다. 포스코 패밀리 사들은 조를 짜 복구 작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자사 이익보다 고객 불편 최소화에 들어갔고, 필요하다면 해외 임가공이나 수입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포스코의 고객이 포항제철소 침수에도 불안감을 누그러뜨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어떠한가?

당진제철소는 포항제철소 침수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포항공장은 침수 피해로 거의 한 달간 공장 가동이 삐걱이고 있고, 고객과 납품사들은 고전 중이다. 

고객의 불안을 진정시킬 의무가 있는 현대제철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제철의 노사 갈등을 바라보는 고객의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과거 미국에서는 노동 파업으로 일본산 철강재 수입이 열리면서 미국 철강업의 쇠퇴가 빨라졌다. 물론 당시 미국보다 일본이 원가 우위에 있었던 것이 힘이었겠지만 저가 일본산 철강재를 사용해본 고객이 파업 후에 돌아오지 않아 미국 철강산업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현대제철의 파업을 바라보는 고객은 고객 편익보다는 노조나 사측의 입장을 우선하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고객은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금 현대제철 노사가 갈등을 표출할 시점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은 포항제철소 침수로 일대 위기를 맞았고, 조선 등 대형 소비자들이 공급불안을 이유로 수입 재개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갈등이 먼저가 아니라 합심이 먼저고 고객의 불안감을 줄여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어부지리'라는 것이 있다. 둘이 싸워 제3자가 이익을 얻는다는 말이다.

“제가 이곳에 오는 길에 역수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입을 열고 있는 조개를 보았습니다. 그때 마침 조개를 본 도요새가 조갯살을 먹으려 부리를 조개 입 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러자 조개가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둘이 그렇게 싸우는 모습을 본 어부가 둘을 잡아 가버렸습니다. 연 나라와 조 나라가 서로 싸우면 이는 옆에 있는 진 나라에 이익을 주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네이버 지식백과)

현대제철의 노사 갈등이 누군가에게 어부지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현대제철 노사가 소탐대실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스틸데일리 스크랩 담당 손정수 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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