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스틸은 구조조정에 기여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KG스틸의 전기로 열연공장이 2~3년 후에 당진에서 다시 가동될 것 같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KG스틸은 리버티스틸에 전기로 매각을 사실상 합의한 것 같다. 당초 리버티스틸은 전기로 열연설비를 루마니아로 이설할 예정이었지만 한국에서 가동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리버티스틸의 자금 사정과 루마니아 현지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G스틸 입장에서는 안정된 열연 소재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다. 반면 당진공장 한 복판 토지를 30년 장기 임대로 다른 법인이 사용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스틸이 매각과 임대를 결정한다면 그만큼 이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KG스틸의 판단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KG스틸이 한국 철강업계에서는 한 손에 꼽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책임 있는 결정을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 철강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했다. 2021년 기준으로 7,400만 톤을 생산해 2,700톤을 수출했다. 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6.5%이다. 한국 철강산업은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이고, 수출을 하지 않으면 수급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국철강산업은 항상 구조조정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산업이다.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은 회사의 퇴출이 아니라 설비의 퇴출이다. 회사는 사라져도 설비는 손바꿈을 해 가며 가동되고, 계속 시장에 공급과잉 압력을 행사한다. 한국 철강산업의 성숙기 진입은 설비 구조조정을 동반하게 될 것이어서 고통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KG스틸은 국내 4위의 철강사이자 한국철강협회의 부회장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이익 뿐만 아니라 철강산업의 이익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책임 있는 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KG스틸에서 매각되는 전기로 열연 설비는 구조조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가동되어야 한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리버티가 한국에서 전기로 열연을 가동한다면 생길일은?

리버티스틸은 호주 자회사에서 HBI를 수입하고, 제품은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생각해 볼 일이다.

올해 1~8월 HBI의 평균 수입 가격은 톤당 537달러이다. 철 스크랩은 톤당 534달러로 엇비슷하다. HBI를 시장 가격에서 수입한다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과거 동부제철에서 원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DRI를 수입했지만 생존에는 실패했다.

또 한국은 철 스크랩 부족 국가이고,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에 필요한 고급 철 스크랩은 더더욱 부족하다. 한국산 H형강이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은 이유도 철 스크랩 부족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리버티스틸이 전기로 열연공장을 한국에서 가동하면 한국의 다른 전기로 기업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탄소 중립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사용해야 할 전기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한국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요인이 될 것이다.

제품 경쟁력도 생각해 봐야 한다. 리버티에서는 수출을 중심에 두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해외 자회사에 80만 톤 정도 사용하고, KG스틸에도 일부 공급할 것 같다. 나머지 남는 것은 국내외에 판매가 되어야 한다. 리버티스틸이 가동할 전기로 열연이 과거 다른 회사들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리버티스틸도 큰 그림이 있고, 필자도 성공적인 진입을 바라지만 실패한다면 한국철강산업에는 다시 짐을 지우게 될 것이다.

KG스틸은 자사의 이익이나 경쟁력 뿐만 아니라 한국철강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선도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 점에서 매각되는 전기로는 해외로 수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200억 원은 큰 돈이지만...

알려진 바로는 전기로 열연공장이 매각되더라도 KG스틸에 유입될 현금은 제한적이다. 결국 장기토지 임대료와 일부 근거리에서 구매하게 될 열연코일 정도가 KG에게 매각 이익이 될 것 같다. 금전적 이득이 적다 보니 KG스틸 내부에서 컬러강판의 경쟁력과 공장 부지 사용의 효율성 등을 생각하면 매각 후 철거가 답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가동의 경우 약 200억 원정도 추가 매각 이익이 생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단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다른 철강사에게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채권단에게도 유리하다. 따라서 채권단도 부실 채권 회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설비 구조조정과 재가동 사이에서 KG와 채권단의 책임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리버티스틸이 의욕을 갖고 전기로 열연코일을 가동한다고 할 지라도 한국에서 전기로 열연의 갈 길은 험난하다. 리버티의 진입이 한국 철강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하면 다행이지만 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결정을 KG스틸과 산업은행 등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스틸데일리 스크랩 담당 손정수 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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