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환경부는 제 1회 규제혁신대회에서 “폐지와 고철, 폐유리는 별도의 신청이나 검토 없이 즉시 순환자원으로 지정하여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규제혁신방안을 보고했다. 이후 9월에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지면서 철스크랩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철스크랩은 ‘폐기물’로 취급되면서 자원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제인식이다.

이런 정부기조에 맞춰 철강자원협회는 철스크랩의 순환자원 지정을 위해 발벗고 나선 상황이지만 정작 스크랩 업계 전반에서는 “그게 무슨 의미냐”는 반응이 대다수다. 정부가 철스크랩을 순환자원으로 지정하고 철강 생산에게 철스크랩 사용을 권고하며 다양한 혜택을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철스크랩을 수집 제공하는 스크랩 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은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2021년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최초 발의하고 2022년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간사)이 개정안을 제출한 [순환경제사회 촉진법]에도 스크랩 사용자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지원 내용은 있지만 스크랩 공급업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순환자원 지정, 실질적인 도움은 없어

 

철강자원협회 박봉규 사무총장
철강자원협회 박봉규 사무총장

철강자원협회 박봉규 사무총장은 철스크랩의 순환자원 지정에 대해 “’철스크랩’의 신분이 변하지 않은 채 대우만 바꿔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정작 업계 전반이 이 정책으로 혜택을 받거나 현 상황보다 경영이 개선되는 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철스크랩을 수집하고 운송하면서 먼지나 침출수 같은 환경문제를 일으키면 안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과거에도 당연했고 순환자원으로 지정되면서 규제를 받든 받지 않든 사업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사용자인 제강사에 대한 권고와 권고이행에 따른 혜탹이지 스크랩 업계로선 순환자원이든 폐기물이든 큰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원순환기본법은 “사용실적이 우수한 순환이용사업자에게 행정적ㆍ기술적ㆍ재정적 우대조치를 할 수 있다( 17조 2항)”고 명시하지만 스크랩을 수집하고 공급하는 공급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21년 6월 제출된 송옥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2022년 임이자 의원의 개정안에도 스크랩 공급업에 대한 지원과 언급은 찾기 어렵다. 실제로 철스크랩이 순환자원으로 기능하며 탄소절감 등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안이라기엔 구멍이 매우 많은 셈이다.

더구나 자원순환기본법은 2013년 정부안으로 최초 발의된 이후 별다른 진전없이 국회에 계류되다 19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 다른 법안들과 함께 무더기 통과됐다.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 수준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 셈이다.

 

중요한 건 오히려 '표준산업분류'

자원순환과 탄소절감을 위해 스크랩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모양뿐인 순환자원 지정보다 오히려 표준산업분류 개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박봉규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철강자원협회는 2023년말까지 진행해 2024년부터 적용되는 11차 한국표준산업분류 개정작업에서 길로틴과 압축 등 스크랩을 가공하여 유통하는 업체에 대해 제조업 분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지만 이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박봉규 사무총장은 “스크랩 산업이 제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산업단지 입주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또 자산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해 금융상의 불이익이나 세제의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며 “산업 전반이 받고 있는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에 따르면 부산 생곡동 일원에 형성된 자원순환특화단지에 크고작은 150여 개의 스크랩 공급업체가 입주를 신청 했으나 40여 개 업체만 입주가 가능했다. 박봉규 사무총장은 “그린벨트나 시 외곽지역에 작은 규모로 난립해 있는 공급업체들이 산업단지 안으로 들어와 규격화된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자원순환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단지 입주 등 기본적인 산업에 대한 지원이 순환자원 산업을 육성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스탭이라는 지적이다. 박 사무총장은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한 철스크랩은 그 단지 내에서 처리하면 폐자원의 불필요한 이동과 유출을 방지할 수 있어 환경과 효율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과 자원의 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구멍뚫린 법안과 말 뿐인 규제완화보단 현장과 산업에 밀착한 실질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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